근육을 뜻하는 영단어 머슬(muscle)은 불단어 뮈슬(muscle)로부터, 나아가 라틴어 무스쿨루스(musculus)로부터 옵니다. 이는 무스(mus)의 지소사로, '작은 쥐' 정도 되는 의미지요. 근육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이 마치 쥐가 움직이는 것을 연상했던 고대 인구족이 쥐와 근육을 비슷한 단어로 부르면서 생긴 현상으로, 영어뿐만 아니라 노어 믜슈(мышь  쥐) - 믜슈차(мышца 근육) 등 많은 인구어족 언어에 유사한 대응관계가 있습니다. 그리스어 뮈스(μῦς)는 아예 그 자체로 쥐나 근육이라는 뜻이죠.

그러면 근육의 근筋자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일단 육월(肉)자와 힘 력(力)을 합쳤습니다. (肉자는 이 경우 月로 변합니다.) 갈비뼈 륵(肋)자와는 관계없는, 문자 그대로 '힘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대나무 竹을 씌웠습니다. 이유야 당연히 대나무도 근육처럼 섬유로 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같은 근육이지만 고대 인구족은 동물에, 중국인들은 식물에 비유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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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어로 창문은 아크노(окно)입니다. '눈'(目)을 뜻하는 옛말인 오카(око)에서 왔는데요, 즉 창문은 집에 달려있는 '눈'이라는 셈이죠. 영어의 윈도우(window, 창문)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고대노르드어 vindauga에서 왔는데, vind(바람)과 auga(눈)의 합성, 그러니까 바람이 지나는 눈이라는 것입니다.

불어로는 프네트르(fenêtre)이고 이것은 라틴어 페네스트라(fenestra)에서 왔습니다. 많은 게르만어도 이 단어를 받아들였지요. 독어의 펜스터(Fenster) 등등. 반면 영어도 페네스터(fenester)라는 단어가 16세기 중반까지는 쓰였다고 하네요. 지금도 이 라틴어와 관련된 영단어가 몇몇 존재하고 있는데 페네스트레이션(fenestration)이라고 하면 건축학에서 '창문 설계'의 의미입니다.

한편 포어 자넬라(janela) 역시 창문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라틴어로 문을 뜻하는 야누아(janua)의 지소형인 *januella가 변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작은 문'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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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어족 언어를 보면 '가볍다'와 '허파'를 의미하는 단어가 같은 어근에서 온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영어의 라이트(light, 가볍다)와 렁(lung, 허파)만 봐도 그렇죠. 또한 라이츠(lights)는 '양의 허파'라는 뜻이랍니다. 노어로 룍키(лёгкий, 가볍다)와 룍코예(лёгкое, 허파)도 있고요. 라틴어로 레비스(levis)라고 하면 가볍다라는 뜻인데, 포어로 레비(leve)라고 하면 허파란 의미입니다. 그리스어 플레오몬(πλεύμων, 허파)와 플레오(πλέω, 뜨다)도 있죠.

인구어 어근으로 '가볍다'는 *legwh입니다. 허파를 뜻하는 단어 역시 이 어근에서 온 이유는 허파가 다른 장기에 비해 물에 둥둥 뜰 정도로 가볍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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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 중에 또 흔한 이름이 치트라(चित्र)입니다. '밝음' '알록달록' '그림' 등의 의미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치타'의 어원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타는 힌디어 치타(चीता)에서 왔는데, 이것은 범어 치트라카야(चित्रकाय)에서 온 것으로, '알록달록한 몸'의 의미입니다. 한편 마인어에서의 치트라(citra)는 그림, 형상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편 치타의 인구어 어근은 *(s)kait-인데요, 이는 '맑음' '밝음'등의 뜻입니다. 라틴어로 하늘을 뜻하는 카일룸(caelum)도 이 어근에서 파생된 것으로, 불어 시엘(ciel) 등 로망스어로 하늘을 뜻하는 단어는 대부분 여기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원시게르만어 *haiduz로 발전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특이하게도 '방식' '모습' '급(給)' '종(種)'등을 뜻하는 단어였답니다. 전혀 생뚱맞은 뜻인것 같지만 범어에서 '그림' '형상' 등으로 쓰이고 있는 걸 보면 꼭 전혀 무관한 의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밝음'의 의미도 살아남았는지 독일어로 밝음을 뜻하는 하이터(heiter)로 진화하기도 하였습니다. 

독일어에는 '하이트(heit)' '카이트(keit)'로 끝나는 단어가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접미사는 한국어로 따지자면 '-성(性)' 비슷한 것으로, 이 역시 *haiduz에서 온 것이지요. 독일어뿐만 아니라 많은 게르만어에도 비슷한 것이 존재가 있는데 영어의 후드(-hood) 역시 그러한 접미사입니다. 브라더후드(brotherhood 형제애)같이요. 또한 남아공의 아프리칸스어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역시 분리(apart)+성(heid)라는 뜻의 단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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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월천(月天, 갓텐)



인도인들을 만나게 되면 이름이 찬드라(चन्द्र)인 사람을 한 번 쯤은 보게 될 것입니다. 역사책에 나오는 굽타 왕조의 찬드라굽타 1세, 2세도 있죠. 찬드라는 '빛남'이라는 뜻인데요, '달'이라는 의미도 있으며, 월신(月神)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불교에서 월천(月天)이라고 하는 천(天, 데바)가 이것입니다. 인도가 2008년 쏘아올린 달 탐사선의 이름도 찬드라얀 1호(चन्द्रयान-१)이었습니다. 여기서 -얀(यान)은 '야나'라고 읽기도 하며 '탈것, 수레'의 의미인데요, 대승불교의 대승(大乘)이 바로 마하야나(महायान)입니다.

찬드라의 인구어 어근은 *kand-인데요, 라틴어로 빛나다인 칸데레(candere)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칸델라(candela)라고 하면 횃불, 촛불 등의 뜻이었는데요, 잉글랜드가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 영어에 이 단어 역시 전래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촛불을 뜻하는 캔들(candle)입니다.

한편 칸데레에서는 솔직함을 뜻하는 칸디둠(candidum)이라는 단어도 파생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빛을 발할 정도로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을 연상한 것일까요? 이것이 불어로도 이어져 캉디드(candide, 천진하다, 솔직하다)가 되었지요. 볼테르가 쓴 풍자소설 <캉디드>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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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클롭스> 오딜롱 르동


퀴클롭스라는 그리스 신화 속의 외눈 거인을 아시나요? 그 이름은 퀴클로스(κύκλος)와 옵스(ὤψ)의 합성어인데요, 옵스는 영어 옵티컬(optical)같은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눈'이라는 뜻이고, 퀴클로스는 원, 둥긂 등의 의미이지요. 즉 '둥근 눈'이 되겠습니다. 퀴클로스라는 단어는 '단체, 결사'라는 뜻으로도 쓰여서 그 유명한 미국의 KKK(Ku Klux Klan)의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퀴클로스의 인구어 어근을 거슬러올라가보면 *kʷekʷl-o-이 있는데, 이것은 영어로 바퀴를 뜻하는 윌(wheel)이 되기도 합니다. 또 요가를 하시는 분이나, 일본만화 <나루토>를 보시는 분이라면 '차크라'라는 단어가 익숙하실 텐데요, 범어 차크라(चक्र) 역시 이 어근에서 온 것으로 '몸 속의 에너지원'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는 '바퀴' '원반'이라는 뜻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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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어로 쿠사치(кусать)는 '물다'는 뜻입니다. 저번에 말한 쿠샤치(кушать, 먹다)와 비슷하죠? 쿠스(кус)라고 하면 '조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영어와 불어에서도 이러한 연관이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면 영어의 바이트(bite)는 물다는 뜻인데, 비트(bit)라고 하면 '조각, 조금'이라는 뜻이죠. 불어의 모르드르(mordre)는 물다이고, 모르소(morceau)는 조각입니다.

쿠사치의 어원을 거슬러올라가면 인구어 어근 *kǝnod-가 있습니다. 이것과 연관된 고대 그리스어는 크노돈(κνώδων)이구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크노돈은 이빨이라는 뜻이 아니라 '칼' 혹은 '칼날'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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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어(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 바하기(bahagi)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나누다, 베풀다'는 뜻이죠. 범어 바가(भग bhága)에서 왔는데요, 바가에는 물론 나눈다는 뜻도 있습니다만 '행복', '부'의 뜻도 있고 나아가 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불교에서 부처를 흔히 세존(世尊)이라 칭하지 않습니까? 이 세존의 범어가 바가완(भगवान्bhagavān), 즉 바가를 가진 이(वान् vān)라는 의미입니다. 

나눈다는 것과 부, 또 신과는 무슨 관련일까요? 이 단어의 원시인구어 어근 *bhag-은 나눈다는 뜻으로, 아마 분배의 의미가 먼저였던 듯 합니다. 아마 '무언가를 분배하는 자' -> '분배(권)을 소유한 자' -> 위대한 사람 -> 신, 뭐 이런 식의 의미확장이 아닌가 합니다. 

범어와 같은 인도이란어족에 속하고 현대 페르시아어(이란어)의 전신인 아베스타어를 보면 이 문제는 더 확실해집니다. 아베스타어의 baɣa-는 '부분, 몫'이라는 뜻인데 '신'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도어와 이란어는 과거에 동일한 문화권과 종교에 속했으니, 그 문화에서는 무언가를 분배할 권한을 지닌 이가 위대한 자로 추종되었던 것일까 하고 추측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개념은 영어의 로드(lord, 主)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로드는 고대영어 hlāfweard에서 왔는데요, 이는 '빵을 관리하는 이'라는 뜻입니다. 즉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빵(나아가 음식)을 분배하는 이의 이름이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쓰였다는 것이죠.

어쨌든 아베스타어의 baɣa-는 여러 방면에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단 노어가 페르시아어에서 이런저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단적인 예로 노어로 신을 뜻하는 단어가 보그(бог)입니다. 두말할 것 없이 페르시아어에서 온 것이죠. 또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بغداد‎)도 페르시아어로 '신(بغ)이 주었다(داد)'는 페르시아어에서 따온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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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에서는 원시인구어 어근 *geus-의 '맛보다'와 '시도하다'의 이중성에 대해서 얘기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인구어 어근 *sep-의 비슷한 의미론적 이중성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이 어근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1. 맛보다

2. 인식하다

영어로 맛은 테이스트(taste)지만 세이버(savor)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세이버리(savory)라고 하면 맛있는, 짭짤한 등의 의미죠. 이는 프랑스어 사뵈르(saveur, 맛)에서 온 것으로, 라틴어 사페레(sapere)에서 온 것입니다.

그런데 sapere는 원래 맛보다는 뜻이었지만 후기 라틴어로 가면 '알다'는 뜻도 지니게 됩니다. 사뵈르 외에 불단어 사부아르(savoir, 알다, 할 수 있다)나 이탈리아어 사페레(sapere) 등 역시 이 단어에서 온 것이죠.

로망스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도 이 라틴어를 어디선가 분명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인류의 학명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입니다. sapiens는 sapere의 현재분사로, 아시다시피 '현명하다'의 뜻이죠.

인구어에서 '맛보다'가 '알다'나 '인식하다', '현명하다'의 뜻과 이렇게 광범위하게 연관되는 게 참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음식을 제대로 맛볼 줄 아는 것이 무언가를 아는 방식이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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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스 초이스, '맛보는 이의 선택'


원시인도유럽어 어근은 *geus-에는 크게 세 갈래의 뜻이 있습니다.


1. 맛보다

2. 시도하다

3. 즐기다


전혀 관계없는 의미로 보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서로 연관있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왜, 한국어에서도 '맛보기'라는 단어를 '시험해보기'라는 의미로도 쓰지 않습니까? 반대로, 영어의 트라이(try, 시도하다)에도 '맛보다'는 의미가 있구요. 그런 개념의 혼재가 아닐가 합니다. 

인도유럽어족의 파생언어는 대체로 이 세 의미 중 일부를 선택하여 발전시킨 듯 합니다. 꽤나 흥미로운 주제이기에 이러한 의미론적 변화 역사를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1. 게르만어 - kausjan(고트어)

고트어라는 게르만어의 일파가 있습니다. 한때는 유럽 전역에서 쓰이다 6세기에 고트족이 프랑크족에 패하면서 점점 기울어가더니 8, 9세기경에 사멸했지요. 기록으로 남아있는 게르만어 중에서는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멸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유럽 여기저기 퍼져있던 고트족이라 그런지 다른 게르만어 뿐만이 아닌 로망스어, 슬라브어계통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러시아어로 '먹다'는 쿠샤치(кушать)입니다. 이 단어는 고트어에서 온 것으로, 고트어 kausjan은 '시도해보다, 맛보다'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트어 단어는 불어의 슈아지르(choisir, 선택하다)로도 변화되었습니다. 이 슈아지르 내지는 슈아(choix)에서 영어의 '선택하다'의 뜻인 추즈(choose)와 '선택'의 초이스(choice)가 되었구요.

즉 '시도해보다/맛보다'의 중의적인 의미의 단어가, 노어에서는 전자의 의미를 중심으로 발달하였고, 불어에서는 후자의 의미를 중심으로 발달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고트어 외에도 다른 게르만어에도 이 계통의 단어가 있습니다. 독일어 코스튼(kosten, 맛보다) 등이 그 예지요.


2. 로망스어 - gustus(라틴어)

이 어근에서 또한 라틴어 구스투스(gustus, 맛보기)라는 단어가 나오고, 여기에서 로망스어로 '맛'을 뜻하는 단어가 파생됩니다. 이탈리아어 구스토(gusto), 불어 구(goût) 등이 있지요. 스페인어로 구스타(gustar)하면 '마음에 들다'라는 뜻의 동사지요. '미 구스타(mi gusta)'는 '마음에 들어, 좋아'라는 뜻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 도시 '대구'의 이름을 들으면 실소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불어로 '역겨움, 질림, 짜증남'을 의미하는 데구(dégoût)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구'에 부정형인 데(dé-)가 붙은 것인데요, 이 단어는 영어로 건너가서 혐오, 징그러움을 의미하는 디스거스트(disgust)가 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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