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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7 어원 이야기 6회 - 지루함과 멋짐 1

영어와 독일어는 같은 게르만어파에 속합니다. 라틴어, 러시아어, 산스크리트어 등이 영어의 '먼 친척'이라면 독일어, 네덜란드어, 덴마크어 등은 영어의 '가까운 친척'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뿌리가 같다는 것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같이 자란 형제는 신체적으로 닮음은 물론이고 성격, 취향, 가치관 등도 닮을 가능성이 크겠지요. 하지만 형제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란다면? '기본적인 것', 그러니까 외모라던가 유전자 같은 것은 분명히 닮겠지만 그 외의 요소는 많이 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섬나라인 영국의 영어는 독일어를 비롯한 다른 게르만어와 상당히 이질적으로 변했습니다. 

영단어 덜(dull)을 알고 계시나요? 우둔한, 굼뜬, 지루한, 흐릿한 등의 뜻이죠. 고대영어에서는 'dol'로, '바보같은'의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어로 톨(toll)은 '멋지다'를 의미합니다. 원래는 '미쳤다'의 뜻이죠. 바보같다 -> 미쳤다 같은 식으로 의미가 변화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고는 미칠 정도로 멋지다는 뜻으로 쓰다보니 그런 감탄사가 되었다 봅니다.

같은 '바보같은'의 뜻이지만 시대를 거치면서 영어에서는 '지루한', 독어에서는 '멋진'의 뜻, 즉 정반대의 뜻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같은 뿌리의 언어라도 이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변화를 겪을 수 있는 것이지요.

Posted by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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