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퍼스트 레이디'로 불린 미국의 돌리 매디슨(Dolley Madison)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 우리말로는 영부인(令夫人)이라고도 하지요. (정확히는 영부인은 남의 부인에 대한 존칭입니다만 요즘에는 거의 대통령의 부인의 호칭으로 통일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퍼스트 레이디라는 말이 처음 쓰인 건 1849년 미국에서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처음 생긴 것도 미국이니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영단어 프린스(prince)는 왕자 혹은 군주를 의미합니다. 불어 프랭스(prince)에서, 나아가 라틴어 프린켑스(princeps)에서 온 것이지요. 이 프린켑스를 뜯어보자면 라틴어로 처음을 뜻하는 프리무스(primus)와, 잡다를 뜻하는 카페레(capere)의 합성입니다. 즉 '처음으로 잡는 자' 비스므레한 느낌이겠죠.

이 '프리무스'는 라틴어의 후예인 로망스어군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습니다. 일단 불어로는 '프르미에'(premier)입니다. 캐나다 퀘벡 작곡가 앙드레 가뇽의 <첫날처럼>(Comme Au Premier Jour)은 유명한 곡이지요. 그런데 불단어는 멋지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들여온 영국 사람들답게 이 프르미에는 영어로 건너가 영어 발음으로 '프리미어'가 되어서 뭔가 고상한 느낌으로 써먹히고 있습니다. 일단 영화 초연도 '프리미어'라고 하고,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도 있고요. 하여간 이렇게 불어의 일상적인 어휘가 영어에서는 고급적인 느낌을 띠게 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불어에서는 단순히 '크다'의 뜻인 그랑(grand)이 영어에서는 단순히 클 뿐만이 아니라 어딘가 거창한 느낌을 띠는 '그랜드'(grand)가 되는 것이지요. 불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간혹 들을 수 있는 불부심(?)입니다.

불어뿐만 아니라 다른 로망스어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태리어에서는 프리마(prima)라고 하지요. 오페라의 주역 여배우은 프리마돈나(Prima Donna), 즉 첫번째 여인(donna)입니다. 독일어에서도 라틴어에서 직접 따온 프리마(prima)라는 감탄사가 있습니다. prima! 하면 멋진데! 라는 뜻이지요.

물론 독일어도 라틴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긴 하지만 영어만큼은 아니라서 게르만계 어휘가 훨씬 더 많이 쓰입니다. 이런 독일어에서 후작을 일컫는 단어가 바로 퓌르스트(Fürst)입니다. 이것이 영단어 '퍼스트'와 관련있음은 말 안해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라틴어를 나름대로 번역한 것이지요. 그러나 현대 독어에서 '퓌르스트'라는 말에는 '처음'이란 뜻이 없고 대신 에르스트(erst)를 씁니다. 퓌르스트의 '후작'의 뜻이 '처음'의 뜻을 밀어낸 것일까요? 에르스트와 접점이 있는 영단어를 굳이 찾자면 '이른'을 뜻하는 얼리(early)가 있겠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고급인 얼리에스트(earliest)가 되겠죠.

퍼스트 레이디라는 말 자체는 미국 12대 대통령인 재커리 테일러가 아내 매디슨의 장례식에서 처음 이용한 것이니 어원을 따지자면 그 양반 머릿속이겠지만 굳이 퍼스트라는 수식어를 쓴 것은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봐서 생각해봐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Posted by 역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