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대 인도의 경전 중에 아마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으로 카마수트라(कामसूत्र)가 있습니다. 카마(काम)는 사랑, 욕망, 욕정이란 뜻이고 수트라는 경전이라는 뜻이죠. 수많은 도색매체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현대인으로 눈으로 보기에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인 포르노 뺨치는 기상천외한 온갖 체위가 묘사되어 있는 성에 대한 경전입니다.
이 카마라는 단어의 고대인구어 어원을 거슬러올라가보면 *kāro-라는 어근이 있는데요, 같은 인구어족인 라틴어에는 carus라는 단어가 있는데, '사랑하는' '친애하는'이라는 뜻이죠. 라틴어의 후예인 로망스어군에서도 이 단어를 찾아볼 수 있는데, 불어에는 셰르(cher)라는 비슷한 뜻의 단어가 있습니다. '몽셸통통'이라는 과자가 있지요? 요즘에는 '몽셸'이라고 바뀌었습니다만, 어쨌든 이 단어는 불어로 Mon cher tonton, 즉 '나의 사랑하는 삼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라틴쪽이 아닌 게르만어파를 한번 살펴보면, *kāro-는 고대게르만어로 *hōrōn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현대영어의 호어(whore), 즉 '창녀'의 어원이 된 것이죠.
'호어'가 영어에서 심한 욕으로 쓰이는데 비해, 불어에서 '셰르'는 친근한 호칭인 것을 생각하면, 원래는 같은 의미더라도 각기의 언어에서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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